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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 Penguin 의 앨범 A Humdrum Star 발매: 18년 2월 9일, 녹음: Blue Note Records, web: http://www.bluenote.com/artists/gogo-penguin/a-humdrum-star 입니다. Naver Music 에서 스트리밍으로 들었습니다.
앨범제목의 humdrum은 생소한 단어인데, “따분한” 정도의 번역이 많이 보이네요. 다양성이 없고 부정적이게 일관적인, 지루한 느낌의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앨범을 다 듣고도 왠지 모르게 A Humdrum Star 라는 제목과의 연관성은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단어들로 대충 지었을수도 있고 (실제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렇게 하기도 하고), 제가 모르는 더 깊은 뜻이 숨어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앨범 커버는 삼원색을 비대칭적으로 뭉쳐놓고, Stripe 무늬를 문지르듯이 넣었습니다. 앨범 음악들처럼 미래적인 느낌을 주길 의도한 게 제일 크겠습니다만, 이 반복적인 줄무늬들에 집중하고 있으면 저절로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어딘가로 빠져드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이 점도 같이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반복적인 패턴이 오밀조밀하게 붙어있을수록 그런 느낌을 많이 줄 수 있죠.
멤버는 Piano에 Chris Illinworth, Double Bass에 Nick Blacka, Drums에 Rob Turner 입니다. 이들 음악적 특징은 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피아노의 미니멀하고도 깨끗하고 힘있는 터치, 피아노와 거의 같이 병행하는 힘있는 베이스라인, 어딘가 약간 프로그레시브한 드럼들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구성하였고, 일렉트로니카에 영향을 많이 받은 스타일로 음악을 전합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러했습니다.
제가 이런 느낌 중에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Remi Panossian (+ Trio)그룹 이었습니다. 그들은 GoGo Penguin의 스타일에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빼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만 넣었지만, 앨범들에서 그 누구보다도 일렉트로닉하게 연주했으며, 각 곡에서 두 개 이상의 주제로 어떤 한 컨셉들을 설명하는 것에서 특이점을 보여준 트리오였습니다. 이후에 또 앨범을 내게 된다면 리뷰할 때 매우 기분좋게 리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에 리뷰할 곡들은 Bardo, Window 두 곡입니다. 다른 리뷰들에서보다 짧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GoGo Penguin은 앨범안의 곡들에 큰 다양성을 넣지 않지 않는다 (~비슷한 느낌의 곡이 많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곡들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보다 GoGo Penguin의 스타일로 소개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소개할 두 곡은 그나마 공식 Youtube에 영상이 함께 있는 곡들이라 그나마 곡 별로는 말할 건덕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앨범 티저 영상을 하나 보고, 각 곡에 대한 리뷰를 해 보겠습니다.
- Bardo
Bardo는 티벳 불교의 용어인데, “죽음과 환생 사이의 상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출처: YBM All-in-All English-Korean Dictionary).
영상을 보면서 함께 들으시면, 앨범커버의 색의 삼원색(마젠타, 시안, 옐로)이 아주 잘 보입니다. 각 색의 삼원색 조명 아래에서, Bardo에 있는 노인이 공허하게 흙을 만지다 쓰러지는 듯한 장면, 더듬거리며 무엇인가 찾는 장면, 다시 하늘 위 어떤 것을 좇으려는 장면으로 구성되어있는데, Bardo와 앨범커버에 대한 적절한 조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들으면 역시나 다른 음악과 달리 귀에 잘 들리는 부분이 베이스라인인데, 이런 적극적인 베이스를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재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냥 사운드의 복잡함 측면에서 적극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적으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시도하려는 적극성은 즉흥음악 기반이 아니고서는 나오기가 힘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곡을 만들기 위한 잼을 하다보면 서로의 아이디어들이 부딪히면서 생겨나는 음악들이 흥미로워지고, 그 아이디어들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면서 서로가 주려는 느낌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겪을 수 있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들도 재즈를 매력적이게 느끼게 하는 커다란 요소입니다. 이 곡, 이 앨범 전체를 들으면 그런 흥미요소들이 많이 존재해서 청자를 많이 즐겁게 합니다.
- Window
영상의 처음엔 땅에 있는 자그마한 조약돌들이 특정 방향으로 향하다가, 조약돌을 이어붙여 미니멀하게 구성된 각기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모두 그 방향으로 걷고 있고, 주인공으로 보이는 어떤 이만 그 현실에 있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한방향의 끝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약돌들이 뭉쳐 Spiral 형태로 떨어지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는 형상을 보여주고, 그 의미를 보여주려는 찰나 주위의 모든 조약돌(사람포함)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Window, 창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요.
이 곡의 음악적 요소, 영상에 관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연상이 있었는데, 피아노 왼손 패턴이 과하게 중복적이고 상승/하강이 느껴질 만큼만 공존하고 있어서, 왼손 리프라인이 마지막의 Spiral 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Window 라는 제목과는 한참 거리가 떨어진 추측밖에 할 수가 없어서 이는 그냥 듣는 이의 경험에 맞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위에서 말했다시피 떠오르는 단어로 대충 지었을 수도 있고 (정말 많은 아티스트가 그렇게 합니다), 자신들만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음악만 생각해본다면 위의 Bardo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프가 다르고, 강해지고 아련해지는 타이밍이 다르고, 박자가 다를 뿐이지, 이 곡을 만들면서 했을 작업이나 아이디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GoGo Penguin은 딱 GoGo Penguin 같은 음악을 해 주었습니다. 이전 앨범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이 앨범을 듣고 GoGo Penguin을 유추했다면 딱 그 방향이 GoGo Penguin이 지향하는 방향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음악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쁜 앨범이겠네요. 이런 방향의 아티스트들로, 본문에서도 추천했지만 Remi Panossian Trio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관통하여 설명할 수 있는 제목이나 앨범커버가 있었으면, 혹은 그런 영상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드네요. 완전히 추상적인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와 함께 이 앨범의 곡들이 배치된다면 좀 더 완벽히 GoGo Penguin 이었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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