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omas Strønen, Time Is A Blind Guide 의 앨범 Lucus 발매: 18년 1월 19일, 녹음: ECM, web: https://www.ecmrecords.com/catalogue/1508744529/lucus-thomas-strnen-time-is-a-blind-guide 입니다. CD를 직접 구매하여 들었습니다.
Lucus 는 라틴어로 신성한 숲이라고 합니다. 곡 들을 들어보면 정말 신성하다, 신비하다는 느낌이 저절로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들었을 때가 마침 개기월식이 일어났을 때였는데, 그 벌개지는 달과 허공을 보면서 들었더니 환상속에 갖힌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감상 말고도, 이 앨범은 칭찬할 것이 많은 앨범이라 여겨집니다.
앨범커버는 파도치는 해안가의 사진을 많은 컬러없이 (ECM스럽게) 얹은 것입니다. 신성한 숲과 매치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사진이지만 음악과는 가감없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이 듭니다. 자연주의적이지만 마냥 직설적이지만은 않고, 즉흥적이면서도 인터플레이가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Thomas Strønen 이라는 아티스트를 안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 드러머가 이전에 앨범을 같이 냈던 어쿠스틱 프로젝트 Time Is A Blind Guide 를 5중주로 맞추고 새로운 피아니스트인 Ayumi Tanaka와 같이 작업했다고 합니다. Time is a blind guide의 앨범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열심히 들어봐야겠습니다.
제가 이 앨범에서 느낀 첫번째 혁신은 자연주의/즉흥주의/프리재즈적 음악에서의 현악기의 사용법(그리고 다른 악기와의 인터플레이 방법)입니다. 첫 트랙인 La Bella를 듣자마자 ‘와 이 인트로 뭐야’에서 시작해서, 소름끼치게 듣고 멍한 상태로 첫 감상을 끝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violin/violoncello/double bass는 찰현악기입니다. 물론 더블베이스는 재즈에서 많이 튕기지만요. 음악에서 그 마찰이 주는 느낌은 마냥 시작과 끝이 명확한 것이 아니라, 악기 구조레벨의 특정 흐름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앨범은 찰현악기들의 특장점을 피아노와 드럼(외의 다른 악기까지)이 같이 어떻게 맞춰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준 것 같습니다. 아래는 유튜브 영상입니다. 특정 곡의 녹음은 아니고,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서술을 앨범 음악도 곁들여서하고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전체 11곡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 곡들 역시 아주 들을게 많아서 풍성한 앨범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높은 평점의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La Bella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으니, 이번 리뷰에서는 타이틀인 Lucus, Wednesday, Trus Grows Gradually 세 곡에 대한 언급을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 Lucus
피아노로 시작하는 이 곡은 앨범의 다른 곡들과는 사뭇 다르게 반복적이고 간단한 피아노 리프를 가지고 드럼과 현악기가 요리해주는 곡입니다. 메인 멜로디가 지나고 나면 피아노 솔로가 시작되는데, 저는 여기서 현악기와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내야 할 지가, 특히 이런 자연주의/즉흥주의 곡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선명히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즉흥적인 것인지 미리 구성된 것이었는지 모를 정도의 역동적인 인터플레이가 느껴지지만 그에 비해 안정적인 코드 진행이 신성한 숲의 의미를 더해가는 것 같고요.
악기 구성적으로도, 음악 요소적으로도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의 조화가 이렇게 신비로운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새로움을 느꼈던 앨범의 대표곡이다 라는 생각이 확연히 드는 곡이었습니다. - Wednesday
마치 멜로디만 정해놓고 대충 시작해버리는 느낌이 아주 강합니다. 찰현악기와 타현악기가 각자의 즉흥연주에 따라 멜로디를 서로 앞서나가고 따라가면서, 베이스는 퉁겨주고, 중간중간 바이올린들도 튕겨주면서 재밌게 즐기고 있구나 생각도 들었구요.
제가 주목한 점은 인터플레이였습니다. 재즈는 다분히 연주자중심의 음악이고 즉흥성을 많이 강조하는 음악이다보니 이런 곡들에는 평가가 안 좋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마냥 엉망진창인 것이 아니라 연주자들끼리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인터플레이했는지 짐작하게 해 줄 수 있는 곡들이라면 더욱 평가가 좋을 것입니다.
연주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연주한다는 감상이 들게해서 마치 라이브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몰입도마저 보여주고있는 좋은 곡이었습니다. 좋은 녹음에서 몰입도가 나오는 것이아니라, 좋은 연주에서 몰입도가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걸 들으면서 개기월식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월식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Truth Grows Gradually
곡의 처음엔 박자를 가늠할 수 없는 긴 리프에 심연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 리프가 바이올린으로 구성되어 더욱 더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Truth를 알아가고 있는 상태의 뭔지 모를 것에 맞닥뜨린 느낌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결국 초반에서의 이 곡에 대한 감상은, 이 곡도 역시 메인 멜로디가 주된 요소라기 보다는 즉흥 연주 기반의 인터플레이가 주된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갑자기 곡 중반과 종반에 유니즌을 보여주면서 곡 구성의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을 깊어지게 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엔 다 정돈시켜놓고 끝나버려서, Truth Grows Gradually라는 제목을 다시 보고 “아…” 하는 탄성을 육성으로 일으키게 했습니다. 그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는 개인의 감상에 맡기는 거 겠지만, 그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Gradual한 변화를 잘 잡아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 최고의 곡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봅니다.
Thomas Strønen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 필요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태까지 내가 좋아하던 아티스트들만 반복해서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피드백도 함께 받았습니다. 몇 개의 아티클들을 보니, 이전에 전자음악을 했다가 Time is a blind guide를 통해 자신의 acoustic improvisation 을 보여줄 무대를 마련했다고 그러네요. 굉장히 호평을 받았던 것은 물론이구요.
저는 그저 손이가는 대로 골라 잡은 앨범이었는데, 그 앨범이 이렇게 좋은 감상을 주는 앨범이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전에 Vijay Iyer의 최근 앨범도 그랬었는데 (Iyer는 조금 알긴 했었지만), 그 땐 주저없이 ‘올해의 최고 앨범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구요. 이 앨범을 올해 최고라고 하기엔 아직 올해가 많이 남았으니, 성급하지말고 좋은 앨범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이 앨범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름돋았고 많은 인상을 남겼으며, 음악 깊숙한 것까지 생각하게 만든 앨범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Thomas Strønen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 지 짐작할 수 있게도 만든 앨범이었고, 극단적이게는 ‘나도 이런 음악을 하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앨범이었습니다. 저의 소중한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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