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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Spiess Trio의 Towards Sun (발매: 2018년 9월 6일, web: https://simonspiesstrio.com/NEWS) 을 리뷰합니다. 네이버 뮤직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들었습니다.

앨범 커버는 산세를 적색-백색톤 그라데이션으로 채색하고 그라데이션 방향으로 Towards Sun 이라는 문구가 적어 놓았네요. ‘Towards’ 라는 글자들은 등산로를 생각나게 할만큼 지그재그로 배치했고, Sun 이라는 문구는 해가 있어야 할 곳에 적어놓았습니다. 이 외의 독특한점은 해가 있어야 할 부분의 배경이 오히려 어둡다는 점인데, Sun 문구가 흰 것으로 보아서는 Sun 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산은 연필화로 여백이 많게 그렸는데, 제가 이 음악을 다 듣고 나니 그럴듯하다고 여겨지네요. 왜냐하면, 이 앨범의 전곡이 사운드를 꽉꽉 채워넣었다기 보다는 여백 위에서 노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악기 모두가 적극적이면서, 악기 연주자 모두가 하나의 컨셉 위에서 제각기 자기 살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Ostkreuz 같은 곡의 베이스 톤에서 여백이 빠져있는는 느낌을 많이 주고있습니다. 많은 콘트라 베이스가 아주 둥근음들을 지속이 오래가게끔 소리하여 짧게 연주하더라도 그 음길이 만큼은 소리가 꽉 채울수 있게 만드는 반면, 이 앨범의 콘트라베이스는 음의 터치가 하나하나 실려 들릴만큼 스타카토성이 짙습니다. 물론, 여러 부분에서는 (Mrs. Israel, Blues 75의 곡에서 특히) 기존 트리오에서 쓰이는 콘트라베이스 톤 같은 느낌을 내거나 다른 세션까지 잘 동원되어 꽉찬 소리를 냅니다.
게다가 신기한 것은, 커버에서 여백이 단순한 여백이 아니듯이 (그냥 빈 공간이 아닌, 산이죠) 다시 이 앨범의 곡들에서 여백으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들으면 들을수록 빽빽하게 들어차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런 효과가 나는 이유는 아마 오래도록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정형화된 리듬에서 여백이 꽉 차게 할수도 있겠지만 그도 아닌 것이, 오랜만에 깊게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음악입니다.
뮤지션이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Trio 구성입니다. 색소폰의 Simon Spiess, 더블베이스의 Bänz Oester, 드럼의 Jonas Ruther 가 주인공이고, 저는 이 앨범을 통해 이 세 명의 이름을 처음 접했네요. 이런 악기 구성인데, 말한대로 여백이 굉장히 많고 그 여백을 활용하는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색소폰 트리오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음악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피아노라는 악기의 음색이 그렇게 튀는 것은 아니라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에서는 피아노가 지속이 길고 꽉찬 사운드 위에서 멜로디와 솔로를 할 때가 많은데, 색소폰 트리오의 구성에서는 색소폰의 음색이 아주 짙기 때문에 이런 시도도 가능하게 되었을지 않을까 싶습니다.
- Mr. Lovato
이 곡이 맘에 들어 먼저 리뷰해보자면, 요약으로는 다음과 같이 쭉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인상적인, 특히 더 인상적인 더블베이스의 도입부 – 더블베이스와 색소폰의 유니즌으로 이뤄진 초반 – 미디엄 템포 스윙과 그 리듬을 의도적으로 흐려놓는 주법의 중반과 솔로 – 그 뒤의 환상적인 더블베이스 솔로와 마무리
이 곡이 마음에 든 점은, 이걸로 누군가에게 재즈를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정말 재밌게도 거의 쭉 즉흥연주이고, 합의하에 의도적으로 기존의 형식들을 무너뜨린 면도 있으면서, 위에서 말씀드린 베이스톤이나 색소폰 트리오라는 독특한 형식에서 악기 사용법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곡의 컨셉도 좋습니다. 곡 제목의 Lovato 는 이탈리아 성(surname) 이라 제목은 그냥 “Lovato 씨” 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이 음악으로 하는 컨셉이라면 중간의 미디엄 템포 스윙은 그 사람의 정형성을, 나머지 부분은 그 사람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이 곡의 긴장-이완은 어느 한 프레이즈안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곡 전체에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 Towards Sun과 Ostkreuz 두 곡
다른 곡에는 없는 확실한 면이 이 곡에 존재해서 이 곡도 리뷰해봅니다. 아마 같은 날에 같은 컨셉으로 이 두 곡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유튜브링크는 Ostkreuz를 올립니다.
먼저, 이 두 곡에서의 드럼 사용이 비슷합니다. 창의적인 드럼사용이지만 동시에 소극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배경에서 가장 사운드로 더블베이스가 정형적인 리듬을 다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다시피) 음을 길게 끄는 것이 아닌, 거의 타악기처럼 사용하고 있어 아프리카 전통악기들 마냥 음이 있는 타악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위에서, 특히 이 두 곡이 시뻘건 태양을 연상케 하는데 딱 그 모양이 앨범커버가 됩니다. 앨범커버를 먼저 봤기 때문에 연상이 되는 것일지라도, 정말로 많이 어울립니다. Ostkreuz 는 Berlin의 역 중 하나이고,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interchange라고 하네요. 이 제목에 대한 느낌은 직접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만, 앨범커버와 이 곡의 매치는 확실합니다. 정말로요.
게다가 멜로디가 신기하게도 은근히 귀에 쏙 들어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스탠다드 재즈나 여튼 기존 재즈에는 없던 독특한 구조의 멜로디임에 분명해서, 컨템포러리 재즈라고 보기에 손색없습니다. 이런 멜로디를 잘 만들고 느낌을 주는 능력이 Simon Spiess 의 최대 강점인가봅니다.
이 트리오는 기존의 색소폰 트리오가 할 수 있는 것의 첨단에서 더 넓은 시야로 음악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놀라운 사운드는, 가히 아름답다는 표현이 부족하네요. 국내외 재즈 연주자들이 꼭 이 앨범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제 올해 최고의 앨범을 다시 이 앨범으로 생각해놔야 할지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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