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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ran Hamasyan의 For Gyumri 앨범 (EP) 발매: 18년 2월 16일, 녹음: Nonesuch Records Inc., web: http://www.nonesuch.com/albums/for-gyumri 입니다. Naver Music 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들었습니다.

일단 처음 보았을 때는 앨범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고민이 앞서네요. Gyumri (규므리)는 서아시아의 아르메니아 북서부의 도시입니다. 인접국가들의 영향으로 동유럽으로 보기도 합니다. 알아보니 Tigran Hamasyan 의 고향이 Gyumri 였네요.

이 앨범의 커버는 무채색에 명도만 낮은 컬러로 구성했습니다. 전체 곡의 분위기나 Tigran Hamasyan의 스타일을 생각해봤을 때, Tigran의 유튜브의 유명한 영상인 Shadow Theatre 시리즈 영상이나 Vardavar 같은 컬러풀하고 화려한 느낌보다는 Fides Tua 같은 차분한 느낌의 곡들로 구성된 앨범일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추측의 결론부터 먼저 꺼내보자면, 앨범 전체에서 차분한 느낌을 줄거라고는 생각했었고 맞췄지만, 화려하지 않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앨범입니다. 다만 Tigran Hamasyan이 많이 사용하는 스케일과 이 스케일에 기반한 보이스로 신비로운 느낌을 확 살려냈다고 볼 수 있어서, Tigran Hamasyan은 이런 느낌에서는 천재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 기법은 Brad Mehldau를 닮은 면이 많다고도 볼 수 있는데, 스케일 사용에서 신비로움 그 자체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Tigran 이 주로 사용하는 스케일이 무엇인지, 왜 이런 스케일이 이런 신비감을 주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Tigran Hamasyan 의 이전 몇 곡들에서의 악기사용과 거의 동일하게, 이번 앨범에서도 피아노 위주와 가사가 들어있지 않은 보컬, 조용하면서 잘게 썰어낸 드럼(혹은 쉐이커)으로 구성했습니다. 보이스는 높은 음들을 사용하기보다, 부르기 편한 음역대의 음들로 또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하여 무채색 분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다른 악기들이 조금씩 양념치듯이 들리는데, 신디를 이용한 것으로 추측되네요.

앨범은 전체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각 Aragatz, Rays of Light, The American, Self-Portrait, Revolving – Prayer (cf. dash 사이의 띄어쓰기는 오타가 아니라 녹음사 공식사이트의 포기대로 self-portrait는 붙여쓰고 Revolving – Prayer는 띄어썼습니다. 직접 사봐야 알 것 같네요.) 이며, 이번 리뷰에서는 그 곡중 타이틀인 Rays of Light와 Self-Portrait, Revolving-Prayer를 조금 더 살펴봅니다.

  • Rays of Light
    YouTube 영상이 있으니 보면서 들으면 더 이해에 좋습니다. 영상이 있어서 다른 곡들보다 글도 더 깁니다.
    곡의 중반부까지는 7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조용한 연출이면 대개 4박자를 많이 선호하는데, 이 곡의 구성은 재밌게도 이완 4박자 – 긴장 3박자로 구성하여 긴장요소를 리듬면에서도 줬다는 것이 보입니다. 물론 이를 헤아리지 않아도, 멜로디 면에서도 긴장 이완이 보입니다. 왼손 컴핑은 일정한 박자로 이완 긴장을 풀어내는데, 예상가능한 코드 흐름이긴 하지만 음들의 사용이 잔잔한 긴장감을 줍니다. 영상자체는 “눈을 떴을 때” 의 느낌을 최대한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상의 장면들 중 어두운 비행기 내부에서 밖을 촬영한 것, 일부러 밝기를 최대로 하여 바닷가를 촬영한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고,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의 변화를 살펴보면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있어서 빛을 소재로 만든 곡이구나가 확 다가옵니다.곡의 후반부 (영상에서 약 2:25 이후)에서는 박자를 흩뜨리면서 끝냅니다. 이때 영상에서는 큰 빛(태양)을 직면하고, 곡에서는 베이스라인까지 추가하여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스케일에는 여전히 미묘한 긴장감이 살아있고, 조금 더 잔잔하지만 화려한 스케일으로 빠지면서 빛이 비춰지는 바닷가로 끝을 냅니다. 영상의 마지막엔 영상 연출의 의도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주는 문구를 보여줍니다. At first, what do you see at first when you open your eyes? You see the light.
  • Self-Portrait
    화려한 손놀림으로 처음부터 압도해줍니다. 차분했던 다른 곡들에 비해 제목이 자화상인 이 곡은 주변 상황이 잠잠함에도 자신은 정작 어지러워져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에 썼던 스케일을 조성만 바꿔가며 끝까지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스케일 중간중간에 자신이 원하는 멜로디를 넣는 방식을 사용해서 조금씩 바꿔가며 곡을 완성시켜가고 있습니다.
    추측이지만 코드 구성부터 모든 걸 즉흥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8박 혹은 9박을 왔다갔다하며 난잡한 박자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보통 이런경우 혼자 박자를 체계적이지 않게 따로 세고 있거나, 자신이 원하는 멜로디에 맞게 박자를 즉각적으로 반응시키는 연주를 합니다.), 코드 또한 멜로디 먼저 변화하고 변화하는 양식을 띄는 것이 제 추측의 근거입니다. 브러쉬를 사용한 드럼인지 쉐이커인지 모르게 굉장히 약하게 들리는 리듬악기가 있고 같이 연주하고 있으나, 그냥 기본박에 충실하게 약하게 받쳐주고만 있을 뿐입니다. 마치 ‘나는 즉흥곡의 완성도도 이만큼 높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Tigran Hamasyan은 이런 솔로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라는 느낌을 확 주는 곡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젠 이런 솔로 플레잉 느낌하면 바로 Tigran Hamasyan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런 화려한 곡임에도 무채색의 이 앨범과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사용되는 악기가 하나뿐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화성을 사용하지 않고 왼손 오른손을 “거의 엇갈리게” 사용해 왼손 오른손이 또렷이 잘 들리게 하면서 Tigran Hamasyan곡들의 솔로에서 보이는 스케일 사용법을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Revolving-Prayer
    12분 3초로 이 앨범 통틀어 가장 플레이타임이 긴 곡입니다. 3박자로 차분하게 시작해서 멜로디도 보여주고 솔로도 보여주고 다 합니다. 이런 곡을 듣고 바로 이런게 Tigran Hamasyan이다 생각하면 좋습니다.
    특히 곡 끝에서 보이스로 힘을 주는 방식이 저는 Tigran Hamasyan 만의 꽤 독특한 곡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스로 곡 구성을 더하는 방식은 다른 아티스트들도 많이 사용했지만, 꽤 예전 영상인 YouTube의 Shadow Theater 영상들에서 특히 많이 드러나는 이런 방식은 곡을 신비롭게 혹은 신성스럽게(~종교적이게) 만들기까지하여 그 곡에 임팩트를 강하게 만듭니다.

Tigran Hamasyan 에 대한 얘기를 조금하자면, 제 기준으로는 (위 글에서도 많이 드러나지만) “믿고 들을 수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입니다. 재즈 연주에서 유명한 competition인 Monk competition을 포함 여러 competition에도 적극적으로 나가서 많이 우승했던 피아니스트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는 가장 활동을 많이하는 시기가 최근의 시기가 아닐까하는 사견이 들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라, “Jazz at the cutting edge” 라는 이 홈페이지의 가장 첫 출발로 좋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Tigran의 다른 공연에서는, 자신이 예술하고 있는 영역을 정확히 알고 visualization까지 잘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에서 여러차례 언급했던 Shadow Theater 영상이 바로 그 영상(아래)인데, 보컬 사용도 엄청나게 잘하고 visualization도 곡에 정말 적절하게 사용한 것 같아 소름 돋게 지켜보며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앨범에 대한 평을 요약하자면, Tigran의 연주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나,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앨범 제목에서의 의도처럼 자신의 고향 (Gyumri)에 대해 잘 서술했고, “눈을 떴을 때” 내가 있었던 곳에 대해 효과적으로 서술한 앨범이지만, 새로운 시도가 있지는 않았네요. 그러나, EP 였던 만큼 정규앨범에서는 또다시 변화한 모습으로 소름돋게 만들어 줄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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