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rla Bley, Andy Sheppard, Steve Swallow 의 앨범 Life Goes On
(발매: 2020년 2월 14일, web: [ECM artists], [Official]) 을 리뷰합니다.
앨범을 직접 오프라인으로 구매하여 들었습니다.

앨범 커버는 전형적인 Carla Bley 캐릭터를 다시 한번 드러낸 앨범 아트입니다. Carla Bley를 조금이라도 들어보거나 어디서 본 적 있다면 아주 전형적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흑백 스케일의 앨범 커버는 재즈에서 아주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Carla Bley에게는 조금 더 독특한,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저 산발의 탈색한 머리가 그것입니다. 재즈팬이라면 저것만으로도 누구인지 알아보죠. 음악성만을 따지자면 저것 조차 눈에 거슬리는 것이 되겠지만, 어쨌거나 재즈는 라이브 공연이라는 형태로 다가갈 때 더 의미가 극대화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마냥 비주얼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 앨범커버에 대해서는 리뷰 끝에서 더 언급해보겠습니다.
앨범 커버에 대한 얘기를 안하고 잡설이 길었지만, 앨범 커버 자체는 단순합니다. ECM 답기도 하면서 Carla Bley 답게, 흑백에 피아노 앞에 앉아 공연을 하고 있는 Carla Bley의 모습입니다. 다만 좀 더 세세하게 다른 점을 살펴보자면, 객석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아 리허설 장면일 것이라는 것과, 공중에 있는 악보를 보고 있는 Carla Bley의 모습입니다. 앨범의 제목인 Life Goes On 을 같이 고려해보면, 이 아티스트들에겐 인생이 되어버린 음악이 공연 이라는 아주 일부와 수많은 실험과 연습, 그리고 그것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을 복잡한 형태로 나타내지 않고 리허설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지 않을 까 싶습니다. 역시 해석은 자유죠.
쓰인 악기는 피아노, 베이스, 테너/소프라노 색소폰입니다. 각각 Carla Bley, Steve Swallow, Andy Sheppard 가 연주했습니다. 드럼이 빠져있는 트리오 구성이고, 그만큼 어쩌면 박자감이 없는 음악을 하지 않았을 까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박자감은 충실히 느껴지는 끈덕진 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즉흥의 형식으로, 그러나 분명한 컨셉은 있는 그런 앨범입니다.
곡 구성이 특이합니다. 그래서 곡 목록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Life Goes On
- Life Goes On – 6:00
- On – 4:46
- And On – 4:10
- And Then One Day – 9:02
- Beautiful Telephones
- I – 4:35
- II – 6:13
- III – 6:16
- Copycat
- After You – 5:29
- Follow The Leader – 0:17
- Copycat – 9:51
마치 책의 목차처럼 계층구조가 존재하고, 간결한 단어들로 뭔가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처럼 구성했습니다. “저절로 다 듣게 만드는” 그런 구조여서 제 생각엔 아주 좋은 구성같습니다. 앨범을 구성한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특히 And Then One Day 라는 제목은, 청자의 관심을 가져가기에 너무 충분한 제목입니다. 또 특이한 것은 저 0:17의 얼마안되는 플레이타임의 Follow The Leader가 있겠네요.
크게 세 개의 구조가 각각 조금씩 다른 컨셉을 지니고 있지만, 크게 보면 그게 또 큰 맥락인 듯 싶습니다. 처음의 Life Goes On 의 네 곡은 느린 블루스 컨셉의 곡(Life Goes On)으로 시작해서, 박자감을 줄인 4박으로 변형 (On), 다시 3박의 스윙 혹은 왈츠 풍의 다른 박자로 바꾸어 (And On) 조금 빠르게 템포를 주다가 비슷한 템포로 4박자의 곡을 (And Then One Day) 연주 하고 있습니다. 이 네 곡은 코드흐름이 아주 중구난방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메이저인 것도 같다가, 마이너인 것도 같다가, 마냥 어둡지는 않은 분위기에 마치 흑백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느릿느릿하게 경험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게 And Then One Day에서 조금 어두운 코드로 끌려나갑니다.
그 다음의 세 곡은 Beautiful Telephones 큰 제목아래, 별 의미 없어보이는 I, II, III의 세 곡입니다. 쓰인 악기는 똑같아도 아주 어두운 컨셉입니다. II에서 특히 아주 진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여기 도입부가 극적이면서 가장 좋네요. III에서 바로 다음 컨셉으로 넘어갈 준비를 합니다. 멜로디를 아주 추상적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이러면서 오히려 다음 컨셉을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아주 크게 세 개로 명확히 나눠놓아서 (곡을 보면서 듣고있다면) 그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정보가 명확히 들어오는 것이겠죠. 다시 말해서, “다음 컨셉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흐름이 아주 명확했습니다.
CopyCat 에서의 세 곡의 통일성은 사실 간파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첫 곡과 뒤의 두 곡 컨셉이 완전히 분리되어있는 것 처럼 들립니다. 첫 곡은 아주 박자감 없게, 아주 어둡게 (특히 색소폰의 음색을 아주 잘 살려서) 만들어갔다면, 뒤의 두 곡은 (Follow The Leader는 곡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짧지만) 박자감이 넘치는 세 아티스트의 (아마도 코드만 조금 합의를 본 듯한) 즉흥연주입니다. 그렇게 끝이나는 걸 봐서, 이것이 자신들이 하려는 음악이고, Life Goes On 인 것이겠습니다.
음악도 음악이었지만, 앨범의 스토리텔링이 괜찮은 앨범이었습니다. 좋은 앨범이라면 곡 구성과 앨범이 말하려는 것이 이정도는 되어야죠. 앨범 커버에 대한 언급을 더 하자면, 이 세 명의 조합으로 낸 세 개의 앨범에서 앨범 커버가 의도한 것처럼 비슷합니다. 앨범 Trios와 Andando El Tiempo가 이전 앨범들인데, 아래 그림에서 보면 분명 의도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Carla Bley와 Andy Sheppard, Steve Swallow 는 공연도 아주 많이 했고 앨범도 이게 첫번째는 아닙니다. 충분히 무슨무슨 트리오로 이름지을 만 한데 그러지 않는 건 세 아티스트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활동들이 각각 꽤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각자 할말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렇게 한 맥락의 좋은 앨범을 낸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겠거니 싶습니다.
다음에 리뷰할 앨범은 Avishai Cohen, Yonathan Avishai 의 Playing the Room 입니다.
이전 원고가 무슨 이유인지 날아갔습니다. ㅠㅠ… 그래서 너무 오랜만에 쓰는 것이기도 한데, 이걸 다시 숙제처럼 하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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