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seph Shabason의 앨범 Anne
(발매: 2018년 11월 16일, Bandcamp web: https://josephshabason.bandcamp.com/)을 리뷰해봅니다.
네이버 뮤직에서 스트리밍으로 들었습니다.

밋밋한 색감이지만 강렬한 선을 가진 만화같은 정물화로 앨범커버를 꾸며놓았습니다. 이 앨범커버와, 앨범이 가진 컨셉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정말 기분 좋은 앨범커버입니다. 처음 두 곡을 듣자마자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했던 텍스쳐가 이런 종류의 것임이 드러나있는 것 같습니다. 앨범 제목의 Anne 은 아마 사람 이름이겠습니다. 논란이 되는 말이겠지만, 백인 여성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는 말이면서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는 낱말입니다. 이 역시 앨범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어떤 리뷰에서는 이 앨범을 Ambient Jazz 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한글로 번역하긴 애매한데, 잔잔하다/은은하다 라고 번역한다면 뉴에이지를 떠오르게 하는 것 같아 부족합니다. 뭉근하게 다가오는 일렉트로닉 악기들의 짓누름이 느껴지고, 그 위에서 색소폰이 갖은 기교를 부린다기 보다는 할 말만 꾹꾹 눌러담아 전달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특정 곡들의 특정 부분은 명상음악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을 사용합니다. 왜 이런 식으로 들리는 것인지, 대체 이 앨범의 동기가 무엇인지 나중에 다른 글을 읽고서 알게 되었습니다. 리뷰의 말미에 조금 적어놓았습니다.
사용된 악기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색소폰입니다. 아티스트가 색소포니스트이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다.
특별히 보이스가 들어간 두 곡만 리뷰해 보겠습니다.
- Forest Run
이 앨범의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시작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완벽을 바랐고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면을 숨기고자 했으나, 그것이 지금와서는 너무 드러나서 당황스러워 하는 여성 화자가 있고, Forest Run 이 시작됩니다. 이 부분은 저에게 이 앨범의 스토리텔링(리뷰 말미에 적었습니다)을 알기 전에도, 알고 난 후에도 각별한 느낌을 가지게 했습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제목의 Forest Run에 걸맞게 계속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 느낌은 다른 곡과 마찬가지고 이 곡을 무겁게 짓누르며 거기에서 내뱉는 색소폰이 뭔가 말하는 듯 들려오네요.
- Deep Dark Divide
3박자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시작합니다. 자꾸 일렉트로닉 사운드라고 적다보니 이 용어가 참 광범위한 용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적절한 표현이 있을 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이 곡 역시 보이스가 들어갔으며, 위 곡처럼 반복되는 배경음 위에서 다른 일렉트로닉 사운드 혹은 색소폰으로 멜로디를 표현했습니다.
이 처럼 이 아티스트는 특정 컨셉을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잘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습니다. 거의 같은 방식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사용했으나, 위처럼 Forest Run을 표현할 수도, Deep Dark Divide를 표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결국 이 화자의 경험이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앨범의 제목으로 쓰인 Anne은 아티스트의 어머니 이름입니다. 이 앨범은 파킨슨 병이라는 변성질환을 앓는 Anne Shabason 에 대한 에세이이며, 동시에 숨겨져있는 변성질환자의 “자기자신”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하고 드러내보고자하는 생각이 있는 앨범입니다. 이 문구를 웹사이트에서 보고 이런 생각이 이 앨범을 가능하게 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물론 이런 스토리텔링이 없었다면 얻기 힘든 깨달음이었겠지만, 그것이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드러나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Toh Koh” 를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운 면도 이런 스토리텔링이 있었기에 이 앨범에 들어갈 수 있었겠네요. 곳곳에 들어간 보이스도 인터뷰라고 지레짐작했었는데, 이런 스토리텔링 기반의 앨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꽤 신선하기도, 무겁기도 합니다.
아주 잘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을 꿰뚫는 음악적인 표현 방법, 그 위의 무겁게 짓누르는 듯하면서 밋밋하고 은은한 감정, 그것을 잘 드러내고 있는 선이 굵은 앨범커버가 완벽히 이 앨범은 이런 앨범이라고 말해줍니다. 대게 이런 앨범이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담고있었던 경우가 많은데, 하필 이 앨범 역시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이런 강렬한 경험이 없이는 마스터피스가 나오기 힘든 것일지, 돌이켜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몇 번 만나보지 못한 몰랐던 아티스트의 “사고싶은 앨범” 입니다. 오늘 오프라인으로 앨범 구매하러 나가보려는데, 있으면 바로 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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